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오해들

지금은 아이디어 회의 시간.
박부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디어를 재촉하고, 눈치만 살피는 사원들.
이대리가 마지못해 아이디어를 내지만 돌아오는 박부장의 대답은 “그거. 이미 경쟁사에서 하고 있잖아.”, 시선은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으로 쏠리고, 떠듬떠듬 아이디어를 내보지만 박부장은 단칼에 “그 거 3년 전에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요즘 신입들은 왜 이 모양인지···.” 로 마무리 하면서, ‘역시 침묵이 금이구나!’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직원들. 오랜 침묵과 눈치 보기에 지쳐있던 직원들에게 드디어 끝을 알리는 한마디. “다음 회의 시간까지 각자 아이디어 10개씩!”. 회의는 끝났지만, 다음까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창의와 혁신이 우리 시대의 구호처럼 자리 잡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이디어 회의의 풍경은 아직도 긴 침묵과 어색한 눈치 보기로 점철된다. 회사 들어오기 전에 나는 분명히 아이디어도 많고, 아이디어 내기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직장에서 연차가 높아지면서 어느새 아이디어 내는 게 힘들고 무섭고 두렵다.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 원래 어려웠는데 젊은 패기에 그걸 몰랐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나도 올해부터는 반짝반짝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 솟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당신도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갖는 창의적, 혁신적 인재에 대한 몇 가지 잘못된 믿음을 파악하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노력만으로도 말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가진 오해와 편견부터 제대로 바라보자.

오해 1.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나온다.”

혁신은 가치 있는, 새로운 것 –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것, 즉 유용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이다. 흔히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것을 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고 여기지만, 사실 새로운 것을 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조금만 비틀거나 뒤집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게 어려운 이유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 즉 유용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창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순서: 새로운 것부터 먼저, 가치는 나중에 따져라. 아마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 시간에 머릿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는데, 이내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혹은 ‘이게 괜찮은 생각인가?’라는 마음속에 반문 과정을 거치다가 결국 말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었던 경험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을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새로운 것조차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단 새로운 것부터 내고, 그 이후에 가치를 따져야 한다. 이 과정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이렇게 단계를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많은 아이디어를 구원할 수 있다. 이는 혼자서 사고할 때는 물론 여럿이서 함께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아이디어 회의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오해 2. “완성도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유레카이다? 중요한 발견을 할 때 우리는 ‘유레카’를 외친다. ‘유레카’는 섬광처럼 번뜩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는 순간적으로 번쩍하고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디어는 잠복기를 거쳐 나오는 것들이 많다. 독일의 화학자 케큘레는 벤젠 구조에 대해 오랫동안 골똘히 생각하다가 어느 날 꿈속에서 꼬리를 문 뱀을 보고 벤젠 구조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것이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기면서 마치 닭이 알을 품듯 아이디어의 부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런데 흔히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이러한 과정은 생략한 채, 아이디어는 마치 섬광의 불꽃처럼 이는 스파크로 묘사하고 남들은 다들 그런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낸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묵혀야 제맛!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급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다그치기보다는 오히려 묵혀두라. 의식의 영역에 있던 아이디어를 무의식의 영역으로 보내라. 청국장도 발효하면 원재료인 콩에는 많지 않거나 아예 없는 비타민들이 만들어지면서 영양학적으로도 더 우수한 것이 되듯이 아이디어도 묵히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빛날 수 있다. 사실 의식의 영역에서 방해받지 않고 하나의 생각이 자라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비록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생각은 아이디어로 계속 자라날 수 있다. 중요한 너무 오랫동안 무의식에 영역에서만 있지 않도록 한 번씩 꺼내보고 다시 묵히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마치, 담금질을 하듯 아이디어가 더욱 단단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해 3. “창의성은 타고난다.”

창의력=근력 – 흔히들 창의는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창의성을 좌우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고, 태어날 때 갖고 있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맞다. 창의는 타고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창의적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제각각 다 다른 사고를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것이 정답이다.’, ‘이래야 한다’는 기준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고 그리는 어린아이들은 모두가 예술가이다. 오죽하면 피카소는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했겠는가. 문제는 타고난 창의 근육을 너무나 오랫동안 쓰지 않다가 시대가 창의, 혁신을 외치자 퇴화 일보 직전의 창의 근육을 무리하게 쓰려다 보니 마치 자신에게는 창의 근육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고, 그 근육을 잘 단련한 다른 사람들은 원래부터 타고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타고난 창의 근육을 퇴화시키지 않고 단련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국어, 영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키웠듯이 창의, 혁신 근육도 부지런히 단련해야 한다. 단련한다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아주 작은 실천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떠났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많은 아이디어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런데 일 년에 한두 번 가기도 힘든 여행으로 창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면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는 기쁜 소식이기보다는 오히려 절망적인 소식에 가까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창의를 훈련할 수 있을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훈련가장 간단한 것은 습관처럼 하던 것에 작은 변화 주는 것이다. 오늘 아침 어떻게 출근했는지 생각해 보라. 습관대로 일어나서 옷을 입고 출근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일일이 다 생각해야 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 될 것이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한다는 것은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르게 할 수는 없다. 다르게 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습관을 뒤집을 필요가 있다.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면, 퇴근길에는 지하철은 타 본다든지 버스를 타고 옆 창문만 바라봤던 사람이라면 뒷창문을 바라보는 식이다. 실제로 크리베이트에서는 아이디어 카드를 통해 훈련하고 있다. 하루에 하나씩 아이디어 카드 한 장을 뽑고, 그 카드에 적힌 내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을 잃어라!’라는 카드를 뽑았다면 그날 하루는 길을 잃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 덕택에 평소에 절대로 가보지 않았을 골목길에서 우연히 새로운 곳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낯선 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한다. 언제나 깨어있기이런 일상 훈련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언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지? 혼자 있을 때 더 잘 떠오르지, 함께 있을 때 더 잘 떠오르는지? 무엇인가를 먹고 나면 더 잘 떠오르는지, 자고 나면 더 잘 떠오르는지? 정답은 없다. 다만, 내가 얼마나 깨어있고, 얼마나 의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창의, 혁신이 시대의 구호가 되어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 창의적이고 혁신적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어있고,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너무나 뻔한 교과서 같은 이 공식이 창의 혁신의 가장 기본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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