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뺑뺑이, 하이테크의 역설

“지금 AI입니까, 사람입니까?”

혹시 이런 질문 하신 적 있으신가요? 상담사와 연결되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 뺑뺑이처럼 병원을 전전하던 중증 환자들의 현실이 이제 고객센터에서도 재현되고 있는데, 이를 일명 AI 뺑뺑이라고 합니다. AI 상담사가 고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같은 질문과 답변을 반복한 후 겨우 인간 상담사와 연결될 때쯤이면 고객의 분노는 최고조에 달합니다.


실제로 한 금융권 상담센터는 수백억 원을 들여 AI 상담사를 도입하고 기존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AI가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와 열받은 고객을 동시에 떠안은 남은 상담사들은 번아웃에 시달렸고 고객 불만이 폭주하자 회사는 결국 사람 상담사를 다시 고용했습니다.


금융소비자의 AI 상담 만족도는 21.6%에 불과합니다. 73.6%가 AI가 자신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문제 해결 시간이 오히려 길어졌다는 응답이 42.6%로 짧아졌다는 27%를 압도했습니다. 효율화를 위한 기술이 비효율을 만들어낸 것이죠.


사무실 안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 마케팅 대행사는 직원들에게 AI 툴 사용을 장려하며 예산을 지원하고 직원들도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듭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AI 써서 이것밖에 안 돼?” 결국 직원들은 AI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밤을 샙니다.


AI 거품론도 있지만 AI가 미래로 가는 방향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AI를 들이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 남들한테 뒤쳐질 것 같은 조급함이 일을 그르칩니다. 83.2%의 고객이 여전히 인간 상담원을 가장 만족스러운 상담 수단으로 꼽았고, 89.8%가 인간 상담원 연결이 계속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입니다.


AI를 도입하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AI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이 기술이 야기할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에 대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하이테크가 더할수록 하이터치도 함께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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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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