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안전은 어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어른의 시선에서 놓친 아이들의 불안

안전은 매슬로의 욕구 위계에서 가장 기본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안전과 어른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안전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어른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곳을 알려주고,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매일 걷는 통학로에서 무엇이 무섭고, 어디가 불안한지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앞 풍경은 매일 아침 혼란스럽습니다. 아이를 안전하게 내려주려는 학부모의 차량이 오히려 다른 아이의 시야를 가립니다. 내 아이를 지키려는 행동이 다른 아이에게는 위험이 됩니다. 불법 주정차를 하는 학부모도 피해자입니다. 안전하게 아이를 내려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개인의 의식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린 안전지도와 드롭존

먼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정의하는 안전: 어른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과 아이들이 실제로 무섭다고 느끼는 곳은 다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통학로를 걸으며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어디서 불안한지, 어디가 무서운지, 어디서 차가 갑자기 나타나는지를 아이들이 직접 표시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든 안전지도가 완성됐습니다. 어른의 판단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각으로 그려진 지도입니다.

통학로 안전 보행로 고도화: 안전지도를 바탕으로 통학로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횡단보도 대기 구역에 옐로 카펫을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서 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완전히 분리해 운전자가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대신, 사고가 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드롭존(Drop Zone): 학교 정문 앞 혼잡의 근본 원인을 해결했습니다. 통학 차량과 학부모 차량이 안전하게 아이를 내려줄 수 있는 전용 구역을 만들었습니다. 잠깐 세우는 것이 다른 아이에게 위험이 되지 않도록,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동선을 설계했습니다. 구조가 바뀌자 학부모의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캠페인 — 내가 우리 동네를 바꾸는 프로젝트: 안전을 ‘하지 마라’는 금기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안전지도를 들고 동네를 바꾸는 미션을 수행합니다. 위험한 곳에 표시를 하고, 개선을 제안하고, 변화를 기록합니다. 자신이 만든 지도가 실제 동네를 바꾸는 경험을 한 아이는 안전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안전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로 통학로를 고치고, 고쳐진 환경에서 캠페인이 이어집니다.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이 동네를 바꾸는 편지를 보내고 제안을 하며 스스로 안전의 주체가 됩니다. 각각의 층이 다음 층을 더 단단하게 받쳐줍니다.

 

스스로 지키는 주체가 되는 안전 교육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는 것과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주체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전자는 어른이 정의한 안전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후자는 아이들의 감각으로 안전을 다시 정의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린 안전지도에는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키가 작아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골목, 가로수에 가려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지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본 세상은 어른의 세상과 다릅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진짜 안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지도로 동네가 실제로 바뀌는 경험을 한 아이는 달라집니다. 안전은 어른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감각. 그 감각이 쌓인 아이들이 사는 동네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 번의 안전 교육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변화입니다.

 

 

분야 : SAFE
고객사 : 포르쉐 l 초록우산
연도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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