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초등학교: 아이들이 설계하고, 계절을 배우는 공간

방치된 중정과 자연의 단절

학교 본관 앞 중정은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길목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보다 가까워 언제든 들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고장 난 벤치와 데크는 위험 구역으로 차단됐고, 산책로 바닥은 파손된 채였습니다. 가장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지만,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공간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도심 학교에서 아이들이 흙을 밟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감각으로 익히는 경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단절된 환경은 아이들의 정서와 감수성에 조용히 영향을 미칩니다.

 

체스판 무대와 사계절 생태 정원

먼저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공간이면 좋겠는지를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그 목소리를 설계에 담았습니다.

높낮이가 다른 입체형 데크는 앉고, 눕고, 모이는 것이 모두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체스판을 모티브로 한 바닥은 단순한 통로를 보드게임과 놀이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열린 무대로 바꿨습니다. 아이들이 원했던 것이 공간 안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식물 선택도 신중했습니다. 남천, 조팝나무, 라일락, 박태기나무가 계절마다 꽃과 열매로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아스틸베, 원추리, 메발톱 같은 초화류가 색채로 계절의 변화를 알립니다. 겨울에도 상록 수종이 녹색을 유지합니다. 특별한 수업이 없어도 아이들은 이 공간을 매일 지나치며 봄이 오는 것을, 가을이 물드는 것을 몸으로 먼저 압니다.

공간이 완성된 후 ESG 환경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이 공간을 교재 삼아 생태계의 변화와 자원 순환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수업이 공간으로 이어지고, 공간이 다시 수업 안으로 들어옵니다.

아이들이 설계에 참여하고, 공간이 완성되고, 그 공간에서 교육이 이어지고, 교육이 공간을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 순환은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주인의식으로 가꾸는 배움의 무대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과 아이들이 그 공간의 주인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아이들은 이 공간을 학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여깁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공간은 다르게 대합니다. 더 아끼고, 더 오래 머물고, 친구를 데려옵니다.

여기에 계절마다 스스로 변화하는 생태 환경과 그것을 교재로 삼는 ESG 교육이 층층이 연결될 때, 이 공간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섭니다.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그늘에서 쉬고, 가을에는 열매를 관찰하고, 겨울에는 상록의 의미를 배웁니다. 공간이 살아있는 한 배움도 살아있습니다. 아이들의 참여로 시작해, 공간이 되고, 교육이 이어지고, 다시 일상이 되는 구조 — 이것이 핵심입니다.

 

 

분야 : IMPACT
고객사 : 포르쉐 l 초록우산
연도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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