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음지와 자연 결핍의 가속화
학교 안에 방치된 공간이 있었습니다. 빛도 들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던 320㎡의 음지. 아이들이 들어가지 않고, 쓰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도심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흙을 밟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 —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이 없습니다. 연구들은 이것을 ‘자연 결핍’이라 부르고, 스트레스 증가와 집중력 저하, 정서 불안과 연결 짓습니다.
자동 관수 시스템과 지속 가능한 숲
방치된 공간을 생태 학습 정원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어떤 식물을 심을지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였습니다.
정원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많은 학교 정원이 방학이 지나면 다시 잡초밭이 됩니다. 관리할 사람도, 시간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문제를 설계 단계에서 먼저 풀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 관수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정원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음지 환경에 맞는 고사리와 비비추 같은 양치식물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공간의 조건에서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심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설계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더 오래 걷고 머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원 곳곳에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머무는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공간이 완성된 후 ESG 환경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이 정원에서 식물의 성장을 직접 관찰하고, 자원 순환과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 배웠습니다. 교과서로 배우는 환경이 아니라, 매일 걷고 앉고 만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배움이었습니다. 공간이 완성되고 아이들은 자원 순환과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 배웠고, 그 교육은 다시 공간을 살아있게 했습니다.
사후 관리를 넘은 시스템적 설계
학교 정원이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같습니다. 완성 후 관리가 되지 않아 다시 방치된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할 만한 이유는 그 문제를 처음부터 설계 안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자동 관수 시스템, 환경에 맞는 식물 선택 — 지속 가능성을 먼저 설계했기 때문에 이 정원은 사람의 부재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은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 생명에 대한 감수성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것은 정원이 살아있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잘 만든 공간 하나가 아니라, 그 공간이 오래 살아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 — 그것이 이 프로젝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