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초등학교: 매일 지나치던 통학로가 아이들의 자연이 되다

머물 곳 없는 화단과 형식적인 자연

1978년에 개교한 양화초등학교는 오래된 학교입니다. 운동장과 통학로 주변에 화단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쉴 수 있는 그늘 한 자리, 벤치 하나가 없었습니다. 여름이면 뜨거운 햇빛 아래 아이들은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학교 안에 자연은 있었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머물고 느낄 수 있는 자연은 없었습니다.

 

등하굣길에 만나는 계절과 쉼터

아이들과 선생님이 먼저 모였습니다.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무엇이 있으면 좋겠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통학로에 자리한 200㎡의 학교 숲입니다.

특별한 점은 매일 지나치는 길목에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아도, 등교하고 하교하는 것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수국, 황매화, 남천, 라일락 등 다양한 관목을 사계절 상록수와 함께 심어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감나무, 매화나무, 자두나무 같은 유실수는 그늘을 만들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숲길 사이에는 3단계 높이의 평상형 데크를 설치했습니다. 걷고, 앉고, 눕는 것이 모두 가능한 구조입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와 나란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이 공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수조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물 순환 시스템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이 수조 앞에 서서 물속 생태계를 직접 들여다봅니다. 여기에 ESG 환경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태양광으로 물이 순환되는 원리, 식물이 자라는 과정, 자원이 순환되는 방식을 이 공간 안에서 직접 보고 만지며 배웠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어 환경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매일 지나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원은 쉬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배우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정원이 생기자 과학 수업의 장면이 달라졌고, 달라진 수업이 다시 아이들을 정원으로 불러냈습니다. 층층이 쌓인 이 구조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계속 작동합니다.

 

일상에 스며드는 생태적 감수성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 공간은 처음부터 실제로 쓰이는 공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른이 좋을 것이라 판단한 공간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매일 지나치는 길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통학로에 자리한 학교 숲은 특별한 시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등교하면서 계절을 느끼고, 쉬는 시간에 데크에 누워 쉬고, 과학 수업에서 수조를 들여다봅니다. 일상의 흐름 안에 자연이 스며들 때, 자연은 교육이 되고 휴식이 되고 놀이가 됩니다.

 

 

분야 : IMPACT
고객사 : 포르쉐 l 초록우산
연도 : 2024

프로젝트 요청하기

"*" indicates required fields

소식 받기
This field is for validation purposes and should be left unchang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