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으로 밀려난 아이들의 권리
학교 운동장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몸을 움직이고, 친구와 부딪히고, 규칙을 만들고 깨면서 사회성을 배우는 곳입니다. 그 공간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나마 운동장 대신 쓰이던 실내 체육교실은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누수로 얼룩진 벽, 낡은 바닥 매트, 그리고 바닥재에서는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초과하는 유해 성분까지 검출됐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뛰고 구르던 공간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놀이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였습니다.
환경과 재미를 잡은 다목적 스포츠 공간
공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시 만들었습니다. 피구, 농구, 공차기 등 다양한 체육 활동이 가능한 스포츠 공간을 기본으로, 클라이밍과 자유 놀이, 휴식까지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특정 놀이만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마다 자기 방식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소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2단 스탠드와 클라이밍 시설에는 버려지는 작은 목재를 압축해 만든 업사이클링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공기질 정화 기능을 가진 스칸디아모스를 설치해 유해 성분이 검출되던 공간을 오히려 공기를 정화하는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뛰고 오르며, 버려진 것이 다시 쓰인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힙니다.
당연한 것을 되찾는 구조의 힘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쓴다는 것은 아이들의 놀이가 얼마나 쉽게 뒷전으로 밀리는지를 보여줍니다. 뛰어놀 권리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당연해야 할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직시하는 것이였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어떤 놀이가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좁은 공간 안에서 어떻게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할지, 안전을 되찾는 것에서 나아가 환경 감수성까지 담을 수 있는지. 하나씩 질문하고 하나씩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공간이 바뀌면 놀이가 바뀌고, 놀이가 바뀌면 아이들의 하루가 바뀝니다. 당연한 것을 되찾는 일이 때로는 이렇게 긴 여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 여정을 끝까지 설계하는 것 —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