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옥상과 정형화된 놀이의 한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신목초등학교는 학교 부지가 넓지 않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실내 활동 공간을 확보하고자 옥상을 증축해 활용하고 있었지만, 고르지 못한 바닥, 노출된 전선, 어둡고 칙칙한 환경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공간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선택하고 창조하는 Pick & Play
공간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물으면 대부분 키즈카페나 놀이동산의 시설을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것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이 공간이 어떻게 쓰일지,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참여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시설이 아니라 활동의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보도록 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도출한 결론은 특정 놀이 시설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 교사와 아이들이 수업과 연계해 직접 놀이를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컨셉인 ‘Pick & Play’입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놀잇감을 직접 선택하고, 그것으로 놀이를 만듭니다. 공간 안에 담긴 놀잇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3D 프린터로 세상에 하나뿐인 업사이클링 농구골대를 만들었습니다. 줄넘기, 훌라후프, 스툴도 모두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물건들을 매일 집고 던지고 쌓으면서, 자원이 순환된다는 것을 몸으로 먼저 배웁니다.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만들고, 그 놀이가 수업으로 이어집니다. 층층이 쌓인 구조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계속 작동합니다.
주도적 참여가 만드는 새로운 파도
이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아이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닙니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아이들은 공간을 다르게 대합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공간, 자신이 선택한 놀잇감이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더 능동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는 정해진 놀이가 없습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매번 놀이를 새롭게 만들어갑니다. 완성된 공간을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채워나가는 경험 — 그 차이가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시설 지원과 구분짓습니다. 놀이 공간은 시설로 채워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을 때, 오히려 더 오래 쓰이는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공간, 놀이, 수업, 환경 감수성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 마침내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