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감정의 폭과 강도가 처음으로 커지는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빠르게 밀려오는 감정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것을 다루는 법은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표현하는 것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여전히 많은 청소년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화오션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거제 옥포중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을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아이들이 평생 써먹을 나침반을 손에 쥐여주는 구조로 설계하고자 했다. 크리베이트는 이 프로젝트의 브랜딩과 스토리, 프로그램 기획부터 현장 운영,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다.
선한 의도가 아니라,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난다. 공간 하나, 수업 한 번, 캠페인 하나는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끝나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크리베이트는 이런 조각난 활동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해 지속되는 파도로 만드는 것을 Big Wave라는 이름으로 설계해왔다. 필요한 것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구조라는 믿음에서다. 수혜자를 초대받는 손님이 아닌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 세우고, 활동이 층층이 쌓여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스스로 작동하는 변화를 만드는 것. 오렌지 마음 항해단은 청소년 마음건강이라는 주제에 이 Big Wave 방식론을 적용한 프로젝트다.
기존의 청소년 마음건강 접근은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작동한다. 상담과 치료 정보를 제공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이미 마음에 문제가 생긴 소수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쉽고, 정작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남는다. 오렌지 마음 항해단은 이 접근 자체를 뒤집었다.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예방과 체험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다. 핵심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 표현하고 → 건강하게 해소하고 → 서로 연결되고 →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까지를 하나의 이어진 역량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있었다.
![[crevate] 한화오션 마음건강 페스티벌](https://crevate.com/wp-content/uploads/2026/07/그림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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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해인가
거친 바다를 건너는 배를 만드는 회사가, 거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의 마음을 짓는 일에 함께한다는 것. 이 한 문장이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브랜드 스토리가 됐다. 소년기는 생애 처음으로 마음의 파도가 거세지는 시기이고, 오렌지 마음 항해단은 그 파도를 다루는 법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이 브랜드 스토리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층층이 쌓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먼저 6주간의 ‘출항 준비’ 기간 동안 학생들은 마음노트를 통해 매주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봤다. 내 마음이 어떤 바다인지, 어떤 날씨를 가졌는지 모르면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6주를 버텨온 아이들이 처음으로 노트 밖으로 나오는 날이 ‘출항식’, 즉 페스티벌이다. 혼자 들여다봤던 마음을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꺼내고,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이다. 그리고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는 마음 ER 키트를 제공해, 마음이 힘들 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ER 키트에는 학교와 지역,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의 정보를 정리한 리플렛도 함께 담겨, ‘계속되는 항해’를 뒷받침했다. 교육이 활동이 되고, 활동이 다시 일상의 도구로 이어지는 구조다.
15개의 체험, 5가지 마음건강 경험
2026년 7월 20일, 옥포중학교에서는 학년별 로테이션으로 페스티벌이 운영됐다. 부스는 각기 다른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은 5가지 핵심 경험을 향해 촘촘하게 설계돼 있었다.
먼저 ‘내 마음 알아차리기’ 단계에서는 스티커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며 자기 인식의 기초를 경험하게 했다. 다음은 ‘마음을 표현하고 건강하게 풀어내기’ 단계다. 고민을 외치며 컬링 스톤을 밀어 보내는 ‘걱정에서 멀어지기’, 안전 글러브를 끼고 송판을 격파하는 ‘스트레스 격파왕’, 포스트잇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적어 공유하는 부스 등을 통해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외부화(externalization)를 경험하도록 했다.
세 번째는 ‘나와 서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단계다. 자존감 응원 문구로 키링을 만들고, 친구와 서로 칭찬 스티커를 주고받는 ‘칭찬샤워’, AI로 나만의 작은 도전을 응원해주는 캐리커처 부스 등이 여기 속한다. 네 번째는 ‘필요할 때 도움과 연결되기’다. 거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거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직접 부스를 운영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게임으로 맞춰보고, 협동 게임을 통해 상담기관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강당 지하에는 마음건강지킴이 버스 두 대가 자리해 심리검사와 해석 상담을 제공했다.
마지막은 ‘마음건강을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하기’다.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직접 학생들과 함께 고깔 링 던지기, 딱지치기 부스를 운영하며 행사에 힘을 보탰고, 스탬프를 모으면 오렌지 에이드를 보상으로 제공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그리고 페스티벌을 마친 모든 학생에게는 ‘마음이 뜨거워질 땐, 쿨타임’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마음 ER 키트를 선물했다. 마음의 온도를 잠시 식히고, 힘들 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고안한 키트로, 하루의 경험이 일상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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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확인한 변화
행사 직후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는 전교생 754명 중 344명이 응답했다. ‘행사가 전반적으로 즐거웠다’는 응답이 84.0%,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이 79.1%로 나타나, 마음건강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놀이와 체험으로 풀어낸 접근이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도움 요청에 대한 인식 변화였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74.7%, ‘리플렛을 통해 지원기관 정보를 알게 됐다’는 응답이 73.8%로 나타났다. 그리고 ‘마음 ER 키트를 앞으로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전체 문항 중 가장 높은 83.1%를 기록했다. 하루짜리 행사가 아니라, 일상으로 이어지는 장치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자유서술 응답 중 단순한 재미 표현을 넘어 구체적인 경험이나 변화를 담은 서술은 216건(62.8%)에 달했다. 그중 감정 인식과 표현에 대한 언급이 89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루의 경험만으로 부담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솔직하게 표현해도 된다”는 인식은 가장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남긴 후기 중 일부
“내 감정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다양한 활동을 해서인지 오늘 하루는 무조건 우울이라는 건 느끼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서 소심한 편 이였는데 이번 기회에 내 진짜 성격을 보여준 거 같아 기분이 좋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힘든 감정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이후로 친구들에게 나의 기분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거 같다.”
“오늘 이후 나를 더 아끼고, 나를 막 대하기보단 소중히 대하고, 나도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대해야 겠다.”
Insight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학생들의 마음을 하루 만에 바꾸었다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계기를 만들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며, 친구와 연결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하나의 행사를 잘 치렀기 때문이 아니라, 준비-경험-일상이 끊기지 않도록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 덕분에 가능했다. 학생들이 마음노트와 체험 부스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주체가 되게 하고(With), 그 경험이 마음노트와 페스티벌을 거쳐 ER 키트라는 일상의 도구로 이어지게 하며(Layered), 그 변화를 수치로 증명하고(Counted) 아이들의 목소리로 살아있는 이야기를 남긴(Lived) 결과다. 그리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배를 만드는 회사의 정체성을 항해라는 서사로 풀어낸 것은, 누구도 똑같이 흉내 낼 수 없는 한화오션만의 자산(Signature)이 됐다. 마음건강 문제는 단 한 번의 프로그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렌지 마음 항해단은 완결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청소년이 앞으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돌보고 주변과 연결될 수 있도록 첫 행동의 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나침반을 손에 쥔 아이들은, 감정의 파도가 다시 밀려오는 날에도 오늘을 기억하며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다.
크리베이트는 이런 방식의 설계를 Big Wave라는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다. 조각난 활동을 연결해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스스로 작동하는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마음건강은 어느 한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다. 각기 다른 삶의 단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돌봐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만약 당신의 조직도 세대와 상황을 아우르는 마음건강 관련 사회문제를 구조로 풀어가고 싶다면, 크리베이트와 함께해보시길 바란다.
![[crevate] 한화오션 마음건강 페스티벌 [crevate] 한화오션 마음건강 페스티벌](https://crevate.com/wp-content/uploads/2026/07/KakaoTalk_Photo_2026-07-20-14-53-4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