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교환하는 자판기, Swap-O-Matic

잘 안 쓰는 물건을 어떻게 처분할 수 있을까? 아마 셋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버리거나 중고품으로 팔거나 기부하거나. 그런데 돈으로 하는 기부에 비해 물건으로 하는 기부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 물건을 해당 기부 장소에 직접 가져다주거나 아니면 수거해 가길 기다려야 하는데 이 역시 약속을 잡고 실제로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좀 더 편리하게 기부할 수는 없을까? 좀 더 편리하게 내가 안 쓰는 물건은 남에게 주고, 남이 필요한 물건을 받을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교환과 공유가 좀 더 쉽게 자주 빨리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답을 꼭 사람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왑오매틱(Swap-O-Matic)은 사람 없이 물물 교환이나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자판기이다. 자판기 하면 흔히들 음료수나 스낵을 떠올리지만, 이 자판기는 좀 색다르다.

스왑오매틱은 원래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학생 리나 페니키토(Lina Fenequito)의 졸업 작품이었다. 멋진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데에는 비주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힘이 컸다. 이 자판기는 여느 자판기처럼 투명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커다란 터치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기부하기’, ‘받기’, ‘교환하기’ 3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을 위해서는 먼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모든 물품의 가치는 1크레딧으로 동일하고, 아이템 한 개를 기부하면 메일 계정으로 1크레딧이 들어오고, 반대로 1개를 가져갈 때는 1크레딧을 소모한다.

2012년에 뉴욕에 론칭되었던 이 스왑오매틱은 현재는 다음 스텝을 위해 서비스 업그레이드 중에 있다.

관련링크: http://www.swap-o-matic.com/

INSIGHT 
스왑닷컴처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들은 있었지만, 스왑오매틱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쉽게 접근 가능한 자판기를 통해 교환이나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 물론 이용자들 간의 신뢰도 중요하다. 보통 이런 시설을 설치한다고 결정했을 때 쓰레기를 가득 넣으면 어떻게 할 거냐, 쓰레기는 아니더라도 도저히 사용 불가한 제품을 넣으면 어떻게 할 거냐, 자판기를 망가뜨리면 어떻게 할 거냐 별별 걱정들이 앞선다. 이런 걱정에 대해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보통 이런 반짝 반짝하는 아이디어들은 그냥 아이디어로만 존재할 뿐이다. 대개의 아이디어들은 이 부정적 시선 앞에서 힘없이 나가떨어진다. 이럴 때 이 반짝 반짝 아이디어를 지키는 방법이 있다. 먼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펼쳐 보는 것이다. ‘A라는 사람이 집에서 쓰지 않던 물건을 이 자판기에 넣었고 B라는 사람은 그 물건을 넣어 둔 이웃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B가 자신의 물건을 자판기에 넣어둔다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자판기 없이 어떻게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지 반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정적 시선 앞에서 맥을 못 추었던 아이디어들이 아주 강력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4.18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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