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보여준 그라민 유니클로의 지속 가능성

SPA를 알고 있는지? SPA가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의류 브랜드라는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제조와 유통 일괄화라는 뜻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제조와 유통이 일괄화된 덕분에 아주 빠르게 옷을 생산·유통할 수 있고 그래서 SPA는 일명 패스트 패션으로도 불린다. 이 SPA에 대한 시선은 저렴한 가격에 유행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는 괜찮은 옷이라는 평가부터, 쓰레기만 양산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SPA의 대명사 유니클로가 방글라데시에서 시도한 그라민 유니클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그라민 유니클로는 그라민과 유니클로가 만든 비영리 재단이다. 그라민 은행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명한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대출 은행이다. 영리 회사와 은행이 만나서 비영리 재단을 만든다면 흔히 하는 상상은 ‘기부’, ‘옷으로 하는 기부’ 정도이다. 그런데 유니클로는 단순히 기부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장 잘 하는 방식인 사업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활동에 현지인을 고용한다. 상품 기획, 마케팅, 제조, 판매까지 모든 단계에 현지인을 고용하거나 현지 회사를 활용했다. 보통 회사들이 생산이나 판매 정도를 현지에서 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기획, 마케팅까지 현지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방글라데시에서는 특이하게도 여성용 팬티와 천 생리대라는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생리대를 구입할 형편이 안 되는 여성들이 생리 기간에 누더기나 낡은 옷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빨아 쓸 수 있는 생리대를 판매하게 된 것이다.

판매 방식도 재미있다. ‘그라민 레이디’라고 불리는 여성 방판(방문 판매)원들이 판매한다. 이들은 단순 판매만 하지 않고 고객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도 하여 제품화에도 기여한다. 일자리가 창출되니 자연스럽게 자립의 기반도 생긴다. 옷 가격도 비싸지 않다. 빈곤층 사람들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었다. 더 놀라운 것은 상품 판매 수익 자체가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링크: https://www.facebook.com/grameenuniqlo/timeline

INSIGHT

물고기를 잡는 것이 ‘기부’라면, 그라민 유니클로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낚싯대나 그물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물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유니클로가 엄청나게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유니클로가 가장 잘 하는 일인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을 아주 조금씩 바꾸었을 뿐이다. 그것도 현지에 맞게. 그 결과 유니클로는 유통 인프라가 취약한 방글라데시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상품을 만드는 좋은 회사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가장 기본인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때 가능하다.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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