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짜리 소녀가 연 도서관

인도에 9살짜리 소녀가 도서관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도서관을 열다니 한켠으로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또 한켠에는 도서관을 열려면 책이 많아야 할 테고 책이 많으려면 부모님이 많은 책을 사주셨을 테고 어느 금수저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도 보팔의 슬럼가에 사는 아홉 살의 무칸(Muskaan Ahirwar)은 아이들과 책 읽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 하교 후 집 뒷마당에 도서관을 차렸다. 책이라고 해봤자 인도 교육부 사무실에서 방은 25권의 책이 고작이었고 도서관이라고 해봤자 뒷마당에 깔아놓은 돗자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무칸은 직접 사서가 되어 책 대출일과 반납일을 적기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함께 읽은 책 내용에서 퀴즈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빈민가 아이들 중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있으면 직접 알파벳이나 숫자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처음 시작은 25권이었지만 무칸의 사례가 인도 전역에 소개되자 인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준 책 덕분에 무칸 도서관은 700여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는 결코 작지 않은 도서관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 무칸은 인도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수여하는 사려 깊은 리더(Thought Leader)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INSIGHT
예전 TV 프로그램에서도 책을 읽자는 캠페인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무척 중요하다.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 주는 공간을 넘어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이 소통하고 지역의 특수한 문화를 만드는 구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관 하나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돈도, 땅도, 건물도, 또 책 기증자도 있어야 하고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역시 아이들의 발상은 놀랍다.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도서관 만들기를 시작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기꺼이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행동은 변화를 가져왔다. 작더라도 시작해야 한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실패의 위협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마음에 작은 미동이라도 인다면 일단 시작하라.

이코노믹리뷰 [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2017.02.28 

저자 크리베이트
발행일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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